게임과 문화를 융합한 진정한 게임축제 역할 '톡톡'

더위가 한 풀 꺾인 서늘한 가을, 여행을 떠날 좋은 구실이 생겼다. 대구에서 게임문화축제인 '대구글로벌게임문화축제 e-Fun 2015(이하 이펀)'이 11일 열린다는 것. 취재라는 명목에 가을 여행의 즐거움도 만끽하고 싶어 1박 2일의 일정으로 대구를 향했다. 사실 대구는 필자가 학교를 나온 지역으로 매우 의미가 남다르다. 8년만에 찾은 대학교 식당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정겨움으로 반겨주었고, 4시간에 걸친 여정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이펀 행사 취재를 위해 8년 만에 찾은 동성로를 보니 문득 옛 추억에 잠겼다. 가난하고 고달픈 대학생 시절, 골목마다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동성로는 정말 참기 어려운 곳이었다. 식당 호객 아주머니, 전자제품 판매원, 보세 옷 가게 등 추억의 동성로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 주요 길목이 보다 깔끔하게 정비됐고, 먹자 골목에 있었던 삼삼오오 모여있었던 유흥점은 클럽으로 더욱 발전해 밤에도 불야성을 이뤘다.


▲ 11일 대구 '이펀'의 개막식 현장

'불타는 금요일을 더욱 불태운 이펀 개막식' 이펀 개막식인 11일, 대구의 날씨는 낮 내내 뜨거운 햇볕으로 때 아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찜통 같은 더운 날씨에도 대구의 홍대거리 동성로는 북적이는 젊은이들로 축제의 연속이었다. 카페 거리, 클럽 골목 등 동성로의 곳곳은 낮밤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로 혼잡했고, 이펀이 열리는 동성로 한가운데는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였다.

땅거미가 질 무렵, 이펀의 개막식은 동성로 중앙에서 작은 규모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개막식은 동성로 일대에 있었던 대구 시민들이 '무슨 행사지?'하고 몰려들게 했고, 젊은 커플, 학교 친구, 직장 동료 등 삼삼오오 몰려든 시민들 덕분에 동성로는 낮의 늦더위를 밤에는 열기로 이어갔다.


▲ 블레스 OST를 연주한 대구코리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이펀 개막과 함께 동성로 중앙에서 대구코리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블레스' OST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연주회장 부근의 시민들 대부분이 처음에 웅장한 OST를 듣고서는 게임에 수록된 음악인 줄 몰랐다. 차츰 MMORPG 블레스의 게임 테마곡이라고 소개되자 그때서야 '아~' 탄성음과 함께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42인으로 구성된 대구코리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블레스' OST는 각 테마마다 특징적인 웅장함을 갖추고 있어 단순히 게임음악을 넘어서서 대중과 함께 하는 문화적인 콘텐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펀은 인기 초청가수들의 공연으로 동성로의 금요일 밤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아이돌 걸그룹 '달샤벳'과 포맨의 '신용재'가 행사장을 찾아 인기곡을 열창했고, 가뜩이나 혼잡한 동성로에서 시민들과 열성팬들이 함께 어우러져 흡사 야외 클럽처럼 한 걸음조차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발디딜 틈을 없게 만들었다.


▲ 이펀 개막현장을 찾은 아이돌 걸그룹 달샤벳

이튿날인 12일 토요일, '문화와 게임이 합쳐진 체험형 도심 RPG' 도심을 배경으로 직접 게임의 캐릭터가 되어 RPG(역할수행게임)를 진행했다. 도심 RPG는 동성로와 그 부근에 위치한 대구의 문화 거점에서 미션을 진행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전달한다는 스토리로,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외국인 등 다양한 팀 구성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등 악천후 속에 과연 참가자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도심 RPG 참가자들은 메인 부스에서 참가 신청과 함께 오렌지색 티셔츠를 받을 수 있었고, 출발 시간인 1시 30분이 다가올수록 동성로는 곳곳에 오렌지색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이날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외국인 등의 팀으로 참가자가 6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 도심 RPG 참가 증표인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

동성로의 오렌지 물결은 1시 30분부터 대구 도심으로 퍼져나갔다. 진행시간은 4시간, 2시간이면 모든 미션을 완주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남는 시간동안 경찰역사체험관, 국채보상운동 기념관, 악령시한의학박물관, 대구근대역사관 등 다양한 곳에서 문화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도심 RPG는 게임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벤트였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 즐겨보실래요?' 이펀은 도심 RPG와 함께 동성로 길거리 중앙에 게임 전시 및 체험장을 마련했다. 과거 오락실 게임,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보드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화려한 이벤트로 동성로를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을 모았고, 체험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품 선물과 함께 동성로를 찾은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 동성로 한 켠에 마련된 추억의 오락실 현장

동성로에서 펼쳐진 이펀은 관람객들에게 '문화와 게임의 결합'을 전하고 싶었다. 대구 이펀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재고가 필요한 시점에 게임과 문화의 결합을 보여줌으로 대중적, 창조적, 열린 '게임'을 대변하고 있었다. 실제 동성로 이펀에서 가족끼리 함께 온 관람객이 꽤 많은 수를 차지했고, 도심 RPG와 같은 체험형 이벤트에서는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가족들과 함께 이펀의 도심 RPG에 참여한 이상엽씨(37)는 "가족과 함께 도심 RPG를 참여함으로 동성로 부근에 있는 기념관, 역사관, 박물관 등을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며 "문화와 게임이 결합되어 온 가족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 대구의 대표 개발사 KOG의 '엘소드'를 즐기는 관람객들

게임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대구, 경북 지역에 이펀 행사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내년에는 보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이곳을 찾아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틀동안 예전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지역 게임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대구 이펀 출장을 마치고, 내년 대구 이펀의 또 다른 변신과 발전을 기대하며 서울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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