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게임 한글 패치 제작팀 '한필드'가 모든 한글화 활동 중지를 알리고 공식 해체했다.
'한글이 필요하면 드립니다.'의 줄임말인 '한필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글 패치 제작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년 2개월 동안 게임 한글화 최전선에서 맹활약해왔다.

 

총 32개의 한글패치 완료, 해체 당일에도 4개의 마지막 선물


‘한필드’의 한글패치 제작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른 한글패치팀이 한글패치 제작에 보통 6개월 정도 소요했던 반면, ‘한필드’는 2~3개월 만에 초고속 고퀄리티 한글패치를 세상에 내놓으며 유저들의 갈증을 빠르게 해소해 주었다.

‘한필드’가 활동했던 1년 2개월 동안 완료한 프로젝트만 무려 32개나 된다. 매달 2개씩, 13일에 1개꼴로 한글패치를 제작한 셈이다.
 

▲ '한필드'가 이제까지 공개한 32개의 한글패치들 <출처- http://hanfield.egloos.com/>


'한필드'는 해체를 결정하고도 한글패치 제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8일 해체를 공식 선언하던 당일에도 4개의 한글패치를 완료했다. 어쩌면 그들이 유저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 '한필드'가 해체 마지막날 내놓은 4개의 한글패치
<출처- http://hanfield.egloos.com/>

 

공식 해체 원인은 '인력 부족'과 '일상생활 불가'


‘한필드’ 자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니었던 만큼 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의 한글패치 제작에 수익모델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누군가는 필요로 하고, 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짊어진, 언젠가는 내려놔야만 했던 너무도 무거운 짐이었다.



▲ '한필드' 팀장 '레갈마인드'가 밝혔던 한글패치를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
<출처- http://www.playwares.com/xe/28849738>?
 

하지만 그들의 진정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지는 못했다. ‘한필드’ 구성원의 대가 없는 노력들이 언젠가부터 당연한 권리라고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게시판은 패치제작을 서둘러 달라는 강제종용의 글에서부터 제작자의 진심을 의심하고 조롱하는 비난의 글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 한필드' 팀장 '레갈마인드'가 게시판에 털어놓았던 애로사항
<출처- http://www.playwares.com/xe/28849738>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는 일부 일그러진 유저들의 팬심은 ‘한필드’의 기를 꺽어 놓았고 급기야 회의감으로 번져나갔다. ‘한필드’에 앞서 활동했던 여러 사람들도 동일한 연유로 활동을 접어야만 했고, 그들 또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오던 선배들의 길을 쓸쓸히 답습해야만 했다.
 


▲ '한필드' 팀장 '레갈마인드'의 멘토였던 '루넨스'가 패치파일 유포중 작은 실수로
유저들로 부터 집중포화를 맞게 되고, 그로 인해 한글화 활동을 접게 되었다.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game1&no=1347883&page=1>

 


▲ '루넨스' 관련 게시글에 달린 유저들의 비난 댓글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game1&no=1347883&page=1>

 

한국 게임시장의 기폭제, 회손 된 언더인들의 진정성


보통 유명 게임들만 한글화하는 다른 팀과 달리 한필드에게 있어서 한글화의 대상은 구별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그냥저냥 굴러갔던 외국게임의 한글화는 그 시초가 바로 유저였고, 이제는 개발사와 전문유통사를 거쳐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한글패치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필요했던 한글패치였을 것이다.
그들의 대가없는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도 한필드와 같은 팀을 자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한필드’의 팀장 ‘레갈마인드’가 남겼던 말이다.
 

"한글패치는 기다린다고 나오는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행동을 해야 만들어집니다.
그게 한필드팀이 될 수도 있고 바로 기다리는 유저분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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