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트리브소프트 판교 사옥에서 만난 <소시퍼> 이재원 아트 디렉터(우), 배상래 픽셀 디자이너(좌)

“당신은 나만의 소환수라능…” 특유의 취향, 미려한 일러스트, 레트로가 뭍어 나오는 도트 그래픽 등으로 최근 열성적인 팬까지 거느린 엔트리브소프트의 ‘소환사가되고싶어 for Kakao(이하 소시퍼)’.

게임 그래픽이 도트(점)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그래픽 제작 과정은 한 픽셀씩 찍어서 완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도트 그래픽을 강조한 <소시퍼>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접 <소시퍼> 그래픽 개발팀을 만나본 결과 이 같은 좁은 사고는 산산히 부서졌다. 과거의 도트 그래픽은 한 픽셀씩 ‘찍는 것’이 맞지만, 현재는 부드럽게 ‘그린다’는 쪽에 가까웠다.

또 <소시퍼>의 소환수 제작 과정은 기획 단계에서 일러스트로, 그 뒤 도트 캐릭터로 옮겨가는 제작 과정에서 모두 태블릿으로 진행됐고 마우스로 찍어내어 완성한 과거 시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소시퍼>는 최근 인기가 잠시 주춤했었지만, 다양한 신규 소환수와 매주 업데이트로 다시금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21일 엔트리브소프트 판교 사옥에서 <소시퍼>의 일러스트부터 도트 그래픽을 만드는 이재원 아트 디렉터(AD), 조미숙 일러스터, 김찬웅 픽셀 디자이너, 배상래 픽셀 디자이너, 한송민 일러스터를 만나 개발 과정에 겪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원 AD는 인터뷰에 앞서 도트 그래픽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다고 밝혔다. <소시퍼>가 도트 그래픽 게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도트(점)을 ‘찍어’ 완성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며, <소시퍼> 도트 그래픽 구현 과정에 대해 특징을 알려줬다.

“소시퍼의 도트 소환수는 사실 그려서 완성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재원 AD의 첫 대답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도트 그래픽을 제작할 때, 모눈종이에 점을 찍어 그리기도 했다”며 “현재는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도트 그래픽 제작도 마우스로 찍지 않고 태블릿으로 그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손그림 그리듯 만든 도트 그래픽은 훨씬 부드럽고 생동감이 드러나는 장점이 있다며, <소시퍼>의 모든 소환수가 개발팀에 의해 그려졌음을 알렸다. 이렇게 직접 도트를 그리는 방식은 프로그램적인 변환 방법보다 시장성도 뛰어난 장점도 가지고 있다.

또 이재원 AD는 “<소시퍼>의 2D 일러스트 제작 과정도 도트 그래픽 과정과 비슷하다”며 “도트 그래픽을 그리는 것을 크게 확대한 것이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이다”고 그래픽 제작 과정에서 얻은 느낌을 말하기도 했다.


▲ 인기 소환수 '유로리'의 다양한 도트 SD 캐릭터. 현재 게임에 반영된 형태와 다른 부분도 보인다
 

김찬웅 픽셀 디자이너는 <소시퍼>의 전체적인 캐릭터 디자인 과정을 설명했다. 그 설명에 따르면<소시퍼>의 캐릭터는 최초 기획을 통해 캐릭터 설정이 나오면 일러스트를 디자인하고, 다시 원화를 가지고 SD 캐릭터 실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높은 등급의 캐릭터는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며, “크기와 특징을 더욱 강조한 보스 캐릭터는 세세한 표현에 많은 작업이 필요해 제작 과정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표현한 것에 대해 크기와 특징을 내세운 캐릭터는 일러스트에서 도트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발생했고, 특징 부분이 한 눈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낮은 등급의 캐릭터는 “빠르면 하루 만에 만들어질 때도 있다”며 “그렇다고 표현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 김찬웅 픽셀 디자이너가 애정을 갖고 있는 쥬이스
 

<소시퍼> 개발팀의 조미숙 일러스터와 한송민 일러스터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과정에서 모티브를 삼는 부분은 따로 없고, 기획팀의 의견만 받아서 특징에 따라 직접 그린다고 말했다.

특히 <소시퍼>의 도트 SD 캐릭터는 보다 작다는 특징 때문에 세밀한 표현이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그런 부분은 일러스트를 통해 표현했다는 게 한송민 일러스터의 설명이다.

실제 <소시퍼>의 6성 진화 소환수 ‘로렐리아’를 보면 인어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한 눈에 드러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SD 캐릭터의 한계에 부딪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러스트 부분에서는 “어머 이건 꼭 가져야만 해” 느낌을 받을 정도로 특징을 드러내 소유욕을 자극한다.

여기에 조미숙 일러스터는 이재원 AD와 7년간 같은 팀으로 함께 일하면서 그간 얻은 경험으로, <소시퍼> 캐릭터 제작 시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가늠할 수 있고 피드백까지 전달하기도 했다.


▲ 한송민 일러스터가 그린 '유로리' 원화, 유독 눈에 띄는 금괴군
 

추억 보정은 과거의 특정한 콘텐츠에 대해 이용자가 당시 추억에 잠겨 그다지 좋지 않은 콘텐츠라도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추억에만 이끌려 실제 그 콘텐츠를 접하면 만족스럽지 못해서 보정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한 추억 보정이 <소시퍼>에서도 나타났다. 원화를 담당한 조미숙 일러스터는 유저들의 ‘트릭스터’ 추억 보정에 상처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소시퍼>가 트릭스터의 세계관과 연결되고 일부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하는 등 당시 트릭스터를 즐긴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재원 AD도 “트릭스터의 어떠한 캐릭터를 그렸는데, 유저분들의 반응이 ‘이질적임’을 강조하면서 좋지 않았다”며 “다시 예전의 느낌으로 디자인하니 ‘후한 점수’를 주더라”고 <소시퍼>에서 겪은 추억 보정에 대해 덧붙였다.


▲ 조미숙 일러스터가 그린 쥬이스 원화. 남자의 로망 삼위일체가 나오기까지...
 

인터뷰 마지막 인사로 개발팀 모두 “<소시퍼>를 즐겨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인터뷰와 함께 직접 자리에서 보여준 도트 캐릭터 제작 과정은 미세한 특징도 개발팀의 한땀 한땀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때문에 <소시퍼>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담으로 <소시퍼>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환수를 묻는 질문에, 이재원 AD는 오묘한 ‘아스트랄 소녀’, 김찬웅 픽셀 디자이너는 남자의 삼위일체 ‘쥬이스’, 배상래 픽셀 디자이너는 ‘미공개(?)인 소환수’, 조미숙 일러스터는 역시 남자 소환수 ‘시온’, 한송민 일러스터는 황금이 좋아서 ‘금괴군(!)’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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