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 월드의 거듭된 변화로 리니지에 영웅이 사라졌다.

올해로 서비스 16주년을 맞이하는 리니지는 영웅이라 불린 많은 유저들이 있었고, 그들은 게임 내 발자취를 남기며 한 획을 그었다.

최초 50레벨 달성 가드리아 '구문룡', 최초 52레벨 달성 어레인 '빛', 2001년 51레벨부터 2004년 80레벨까지 달성한 '포세이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드래곤을 최초로 공략한 '너의바램' 등 그들의 업적은 많은 유저들에게 영웅으로 불릴 수 밖에 없었다.

또, 새로운 던전에 대한 최초 공략과 서버별 치열하게 대립하는 PvP에서 특출난 플레이어가 등장했고, 이는 영웅으로 등극하는 직행코스였다.

그러나 현재 리니지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랭킹 2위까지 88레벨을 달성하고, 게임 내 모든 콘텐츠를 공략하는 상황에서 왜 영웅으로 불릴 유저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듭 변화한 시스템이 영웅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리니지의 영웅이 등장한 배경


■ 어렵고 힘들지만, 이를 돌파하는 유저가 영웅

리니지에서 영웅은 특정한 인기 콘텐츠에서 어렵고 힘들지만, 이를 감수하고 뚫고 나가는 유저가 선택됐다.

예전 가드리아 서버의 '구문룡'이 50레벨 달성 업적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때 레벨업이 너무 어려웠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50레벨 달성이 왜 어려운지 이해하기 어려운 유저들도 있지만, 구문룡이 50레벨업을 할 시기는 아이템을 노린 PK도 많았고 경험치 복구 시스템(성당)도 없었으며 사망 손실 경험치가 무려 12%나 됐었다. 그래서 구문룡의 50레벨 달성 소식은 리니지 전체 유저들에게 찬사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또, 군터 서버의 '포세이든'은 2001년 51레벨, 3년 후 2004년 11월 80레벨 달성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에 굉장히 빠른 성장을 이룩했으며, 경험치 획득 감소 구간(65레벨, 70레벨, 75레벨, 79레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린 최초의 유저였다. 그는 캐릭터 사망 패널티가 2.5% 고정일 때, 80레벨을 달성했고 레벨업 보너스 스탯을 어떻게 배분할 수 있는 지 후발 레벨업 유저들에게 좋은 척도가 되었고, "드래곤과 1:1할 수 있을 때까지..." 라는 레벨업 목표가 영웅으로 불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 리니지에서는 최고 레벨을 달성했다고 영웅으로 불리지 않는다. 현재의 게임 트렌드가 '쉽게', '더 쉽게'로 흐르는 만큼, 리니지의 레벨업 콘텐츠도 점점 쉬워졌고, "최초 XX레벨 달성"와 같은 업적은 리니지 유저들에게 예전처럼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88레벨을 달성한 랭킹 2위 '코뭏'이 주목받지 못하고, 그냥 레벨 높은 유저로만 인식될 뿐이다.

레벨업 콘텐츠가 아닌 다른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만의 탑 100층 탐험', '그림 리퍼' 최초 공략을 이룬 유저들은 획득 아이템과는 별개로 신규 콘텐츠에 대한 선구자가 됐다. 마우스를 쥔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긴장하며 새로운 곳을 도전하고, 밤 낮 세워가며 한 가지 목표에 몰두하는 모습이 영웅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대우는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리니지 내 모든 콘텐츠에 대해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앞선 선구자와 같은 존재는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 최초 50레벨 달성 구문룡(우)과 최초 80레벨 달성 포세이든(좌)

■ 상정적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자가 영웅

예전 리니지에서는 상징적인 콘텐츠를 공략하는 자가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상징적인 콘텐츠, 즉 "존재만 할 뿐 이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안타라스', '파푸리온', '집행검 제작' 등의 콘텐츠가 두루 존재했다.

안타라스, 파푸리온 최초 공략 '너의바램'과 집행검 최초 제작 '목탁' 등 상징적인 콘텐츠라도 공략과 그 과정이 공개되면 리니지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그 업적을 달성한 유저는 막대한 부와 영광을 안았다.

또, 가는 길이 험난한 '그림리퍼'도 오웬 서버의 '멜로딕메탈'이 혼자서 공략하는 방법을 공개하자, 그의 기발한 발상에 유저들은 마법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멜로딕메탈' 덕분에 인적이 별로 없었던 오만의 탑 100층이 '그림리퍼'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구도가 전체 서버에서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리니지는 상징적인 콘텐츠가 없다. 현재 리니지 최고 난이도라고 불리는 '기르타스'까지 리뉴얼 후 몇몇 서버에서 공략되고 있으며, 이는 특정한 콘텐츠 공략으로 영웅이 될 수 없는 시기가 왔다.

더욱이 리뉴얼 및 신규 콘텐츠는 대부분 대규모 인원을 요구하고 있어, 예전처럼 소수의 인원을 바탕으로 특정한 콘텐츠를 공략해 모든 리니지 유저들의 시선을 모으는 일이 없어졌다.


▲ 부와 최초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를 획득한 너의바램

■ 유저의 눈을 통한 PvP 영웅의 등장

각 서버마다 내로라하는 혈맹에는 PvP를 매우 잘하는 유저가 있었고, 독불장군이 아닌 전략적인 플레이를 잘하는 유저는 상대적인 영웅에 포함됐다.

예전에는 이런 PvP 영웅의 행동과 모습을 오픈 필드와 던전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유저들은 관전을 통해 일반적인 유저와 그 차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리니지는  라스타바드 던전 2시간, 상아탑 1시간, 기란 감옥 3시간, 글루디오 던전 3시간, 정령의 무덤 30분... 등 입장 제한 던전이 늘어남에 따라 PvP 관전에 제약이 생겼고, 그에 따라 PvP 영웅은 무의미하게 됐다. 이는 PvP 영웅은 상대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켜보는 유저가 없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용의 계곡 리뉴얼로 난이도 상승으로 PvP 관전 포인트 최적의 장소가 사라졌다. 기존 용의 계곡은 용뼈를 중심으로 PvP 및 보스 몬스터 공략을 직접 혹은 관전할 수 있는 재밌는 곳이었다. PvP와 보스 몬스터가 없을 때는 용뼈에서 상주하는 유저들끼리 대화하며, 일종의 객잔과 같은 곳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리뉴얼로 이런 요소는 대부분 사라지고, 간신히 용의 계곡 삼거리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어 PvP 영웅의 탄생은 더욱 어렵게 됐다.

이처럼 옛 영웅은 있지만,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 리니지. 모든 리니지 유저들은 게임 내 영웅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유저들의 이상과 게임 내 현실이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매거진 'BUFF' 10월호를 통해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앞선 제약 조건을 뚫고 새로운 영웅이 등장할 수 있을까?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예전 용뼈 PvP는 보는 관전 재미가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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