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다룬 첫 게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수요 집회가 시작된 지 28년이 지났다.

지난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을 알린 이듬해 1월 8일부터 수요일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 할머니는 현재 19명이다.

오는 8월 14일 '기림의 날'에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전세계 출시할 예정인 '웬즈데이'는 28년 동안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수요 집회에서 이름을 따왔다. 

주인공 '순이'가 시간 여행(타임리프)을 통해 일본군 전쟁 범죄와 관련된 단서를 수집하고 끔찍한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동료들을 구출하는 3D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그간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영화와 다큐멘터리, 소설 등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게임은 최초다.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웬즈데이를 개발 중인 개발사 겜브릿지는 앞서 첫 개발작 '에프터 데이즈'에서 전세계인에게 게임을 통해 네팔 대지진의 참상을 알리며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는 "웬즈데이는 고 김복동 할머니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친구들을 꼭 구하고 싶다'고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됐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내용은 정의기억연대의 자문을 받았다.

도민석 대표의 표정에는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정신과 뜻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게임에 담는 동시에 게임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가 읽혔다.

이미 역사 관련 게임은 시장에 상당수 출시됐지만 메시지에만 너무 집중해 게임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시장에서의 외면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도민석 대표는 "웬즈데이의 스토리 텔링과 표현 방식은 영화 '아이캔스피크'와 '귀향'의 중간 지점"이라며 "게임만이 줄 수 있는 본질적인 면을 확보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목적"고 강조했다.

영화가 흥미와 작품성이 있어야 하듯 게임에서도 이를 놓치면 의미를 전달하는 자체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웬즈데이는 주인공 '순이'가 총 다섯 번의 타임리프를 통해 1992년과 1945년을 오간다. 수요 집회가 시작한 시점에서 서울의 모습과 열대 우림 속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소 상황과 당시 분위기를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그렸다. 도민석 대표는 "추리 어드벤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서 오는 반전이나 감동을 선사한다"며 "단서의 조합을 통해 다음 이야기를 예측하는 흥미로운 요소들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 속 등장하는 '노란 나비'는 중요한 심볼(상징)로 작용하는 한편 게이머에게 판타지성을 안긴다. 수요 집회의 상징인 노란 나비는 염원과 바람, 평화를 담고 있으며 게임에서는 주인공 '순이'가 타임리프를 하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다.

웬즈데이는 1960년대 대만 계엄령 시기의 어두운 분위기를 풀어낸 게임 '반교'도 참고했다. 반교는 흥행과 게임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 대표는 "반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3D 그래픽을 사용했기 때문에 카메라 연출 다양화와 모션 캡처를 통한 사실적인 움직임, 퍼즐과 방탈출 게임에서 쓰는 단서 조합 방식, 과거 특정 캐릭터에게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해석하는 요소 등이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웬즈데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묵직한 울림은 물론 게임성에 기대감도 높아지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오픈 6일 만에 1400명 이상 후원을 받아 130%를 달성했다. 200%를 달성할 경우 중국어와 일본어 번역본이 추가될 예정이다. 웬즈데이 크라우드 펀딩은 텀블벅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웬즈데이는 약 65% 개발 완료된 상황으로 오는 6월 중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익의 절반을 정의기억연대의 전시 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과 김복동 센터 건립에 기부할 계획이다.

도민석 대표는 "'웬즈데이'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노란 나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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