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향상 한눈에...풀뿌리리그 장기 지원 약속"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활용해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수출한 게임 개발자들이 있었기에 e스포츠 세계 1위의 위상을 갖게 됐다"며 "콘텐츠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중요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e스포츠는 게임 콘텐츠 확장의 중심축이다. 국내 게임업계 1위인 넥슨은 오래 전부터 e스포츠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13년 12월 개관한 '넥슨 아레나'는 세계 최초로 게임회사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e스포츠 경기장이다. 지난해까지 총 973회 리그 경기를 개최하며, 매번 국내 최다 기록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넥슨은 풀뿌리 리그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풀뿌리 리그는 상위 리그와의 교두보가 되는 동시에 e스포츠의 건전한 문화 확산에 핵심적인 토양 역할을 한다.  

그간 풀뿌리 리그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게임사는 많았지만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임이 흥행 실패하거나 소극적인 투자가 이유다.  

넥슨이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PC 온라인 인기 축구 게임인 '피파온라인4'는 최초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리그인 '고등피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아마추어 토너먼트 'AFATT(AfreecaTV FIFA Online4 Amateur Triple team Tournament)'를 꾸준히 이어가는 등 풀뿌리 리그의 저변 확대에 표본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17일 고등학교 대항전 '고등피파 올스타전'을 총 2029석 규모의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지난해 시작한 AFATT는 2회째를 맞아 전국 20개 도시 아마추어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또한 프로게이머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극과 극의 대결인 '창과 방패'도 흥미로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축구 게임 특성상 관심이 낮은 여성 유저들을 사로잡은 것도 성과로 지목된다. '고등피파'는 여성 시청자 비율이 기존 5%에서 4배 이상 증가했다. 

'피파온라인4'의 국내 출시가 1년이 조금 넘은 것을 감안하자면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이례적이다.

박정무 넥슨 피파사업실 실장은 "오픈 리그를 통해 소기의 성과는 거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좀 더 노력해서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넥슨 사옥에서 박정무 넥슨 피파사업실 실장과 최광수 마케팅 과장을 만나 '피파온라인4'의 풀뿌리인 '오픈 리그'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정무 넥슨 피파사업실 실장, 최광수 마케팅 과장.

- 넥슨이 서비스를 맡으면서 진행한 오픈리그 역사가 궁금하다

최광수: 전작인 '피파온라인3'는 유저 대상 오프라인 행사는 많았지만 리그는 딱히 없었다. 기존에는 아시아 대회인 EACC(EA Champions Cup)를 위해 프로 선수를 선발하는 것에 집중했다.

아마추어 대상 리그는 프로 리그와는 다른 재미 제공과 일반 유저들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시작했다. 이 출발점이 PC방 아마추어 다인전 토너먼트인 AFATT였다.

- 피파온라인4에서 다양한 리그가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박정무: 전작은 프로 리그가 게임업계 대세였다. 아마추어 대회를 할 바에 프로리그에 투자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던 시기였다. 피파온라인4에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고 싶었다.

리그 대회와 이벤트성 대회의 큰 차이는 장기적인 투자의 유무다. 현재 진행 중인 '고등피파', 'AFATT' 등을 오픈 리그로 명명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고등 피파는 오픈리그 일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지금껏 없던 교실에서 상대 학교와 대결하는 형태이면서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소기의 성과로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 '피파온라인4' 오픈 리그(고등피파, AFATT2, 창과방패) 기획 배경은?

최광수: 현재 진행 중인 'AFATT2(이하 아파트)'는 아프리카TV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쉽게 인식하고 부르기 쉽게 '아파트'라고 노출하고 있다. 

오픈리그는 진지함보다는 재미다. 볼거리를 중요시하며, 유저들이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창과 방패'는 처음 기획할 때 프로게이머들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해주고 싶은 의도였다. 공격하는 김정민, 수비하는 원창연 등 리그 활성화를 위해서 캐릭터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콘텐츠성이 강한데, 오픈리그 자체가 정식적이기보다는 오픈된 형태의 룰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진행되는 시즌들이 반응이 좋아서 인플루언서들의 참여도 늘어가고 있다.

고등피파를 기획한 것은 유튜브 안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소비되길 바랐다. 그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찾아보고 댓글을 다는 등 타깃을 선정하고 진행된 기획이다.

- '고등피파'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오픈리그인데 유난히 관심이 높다. 인기 요인은

 

 

박정무: 고등피파를 통해 느낀 것은 이런 리그를 자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프라인 대회를 진행하면서 관심을 가지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기대했던 것보다 큰 반응이 나왔다. 장소가 제약된 사항들이 많은데, 교실에서 진행하며 응원하는 형식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최광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리그지만 중학생들의 관심도 높았다. 지난 올스타전 현장을 찾은 중고등학생들이 대전 대신고의 박순원 학생을 연예인 보듯 구단주명을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하나의 문화로 이를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페이스북에서 고등피파 이슈화를 위해 좋아요 순으로 신청 학교를 받고있는데, 자발적인 바이럴도 이루어지고 있어 댓글이 2만 개 이상 달리는 등 높은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 고등피파에서 라운드마다 점차 점수가 높아지거나 이벤트로 고등학교 수준 문제가 나오는 등 세심한 기획력이 돋보였는데

최광수: 3대 3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대 1로 올킬전을 진행할 경우 한 명만 잘하면 이겨버리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또 1대 1이나 2대 2에서 승부가 끝나버리면 출연도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갈 만한 스코어 규칙을 만들었다. 

시청 이벤트 쿠폰의 경우 그냥 주면 재미가 없어 문제로 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등학생이란 성격을 담은 문제를 내려고 고민해 문제 풀이 형태로 내게 됐다.

- 감독이 경기 도중에 개입하는 합법적(?) 훈수의 매력도 있었다. 고등피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최광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고등피파 1회다. 동탄 중앙고를 방문했을 때 대결에서는 졌지만 친구들이 괜찮다고 서로를 위로해주며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사실 다른 재미를 주고 싶었다. 지는 경기가 나오면 남탓을 하거나 학생과 감독의 기싸움, 감독에게 덤비는 장면, 감독들이 스킵을 대신 누르는 상황 등을 기대했다.(웃음)

박정무: 부산 성도고는 처음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운 좋게 통과를 했는데, 일주일 만에 실력이 향상됐다. 2승을 할 때 보니 실력 상승이 눈에 띄었다. 신기하고 놀랍기도 한 기억이 있다. 

- 고등피파 2학기가 시작됐다. 계획은?

최광수: 올스타전보다 큰 규모인 토너먼트를 준비하고 있다. 고등피파가 게임 대회로 끝나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음원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활용해 문화행사로 발전하면서 다른 타깃층으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대학생이나 군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확장성도 열어두고 있다.

- 출전 고교의 선생님들의 이벤트 경기나 여성부 리그, 고등학생들의 국제전 등 확대 계획은?

최광수: 특별전 준비를 많이 하려 했는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 고등피파는 그래도 실력이 일정 수준이 되는 학생들이 나와서 보는 맛이 있고 감정 이입도 된다. 선생님들의 실력이 있다고 하면 충분히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직장인 리그가 생기면 그런 대회에 나와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타깃층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 게임을 많이 알고 해보면,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리그로 소개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한 번의 이벤트성 경기로 끝날 우려도 남아 있다. 

- 리그의 발전을 위해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최광수: 현재 고등피파는 13회까지 진행됐는데, 룰과 방식 등의 반복에 지쳐갈 수 있으니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 예로 '아파트' 시즌1과 '아파트' 시즌2 상위 티어분들이 중복되기 시작했다. '아파트3'때는 새로운 얼굴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박정무: 내부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확장을 지향하기보다는 '아파트'나 참여하는 분들의 만족감을 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현재 걱정하는 것은 아마추어 리그라도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정적으로 진행되는 리그인 만큼 아마추어 1부 리그가 높은 장벽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리그나 대회가 고정된다면 재미가 사라진다. 승점이 올라가는 고등피파는 지금도 재미있긴 하지만 내년엔 재미없을 수도 있다. 프로 리그는 스타 선수가 나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고등피파는 이러한 선수들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박순원 학생처럼 유명한 학생들이 고등피파를 대표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 이처럼 풀뿌리 리그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최광수: 아파트 시즌1이 끝나고 참가한 선수들이 한국대표선발전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종적으로는 선발되지 못해 EACC에 나가진 못했지만 아마추어부터 프로대회로 이어지는 좋은 역할을 오픈리그가 해줬다. 

피파온라인4의 유명 클럽들이 고등피파 참가 학생들을 많이 영입했다. 고등피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상위 티어 선수들은 명문 클럽에 입단해 오픈리그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풀뿌리 리그가 상위 리그로서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고 판단된다.

최종적으로는 오픈리그 최강자전등을 통해서 AFATT 우승자와 고등피파 우승자, 그 외 오픈리그 우승자, 프로게이머 등이 한 곳에 모이는 최강자 전도 준비하고 있다.

박정무: 전작 프로리그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 유저와 프로리그 간의 연결고리가 많이 약했다. 이를 활성화시키고자 풀뿌리 리그를 활용해 교두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피라미드 구조다. 그러나 현재 '고등피파', '아파트' 등 참가 선수들은 프로의 벽을 넘지는 못한다. 아직 무리는 있는 단계다. 

사실 이 같은 오픈 리그를 예쁘게 봐줘서 고맙지만, 구체적인 형식이나 진행 등 보완해야할 점은 수두룩하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금방 싫증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으면 유저들도 오히려 초심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이후 스탭이 중요한데, 계속 고민하고 있다.

- 피파온라인4 클럽도 풀뿌리 리그의 대안이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임내 클럽은 언제 업데이트 되나 

박정무: '아파트'만 해도 같은 클럽 분들이고, 유명 클럽은 다 알고 지내고 있는 상태다. 이에 차별성을 갖춘 클럽으로 계획 중이다. 조만간 업데이트될 계획이다. 토너먼트 시스템도 곧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에 대회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오픈 리그를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박정무: 좀 더 많이 노력하겠다. 사실 고등피파 관련해서는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부담스럽다. 이러한 대회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등학생들끼리 편하고 재미있게 즐기는데 목적이 있다. 권위를 찾기보다는 편하게 "욕 한 마디 해주세요" 같은 게 더 재밌다.(웃음)

최광수: 저희는 판만 만들어줬다. 스토리나 재미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 고등피파에 참가하고 시청하는 분들에게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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