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등 민낯 드러나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신인 BJ핵찌가 지난 29일 방송 중 한 시청자로부터 약 1억 2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의 별풍선을 하루 새 받았다. 별풍선은 실제 금액을 충전하는 방식의 아프리카TV 사이버머니로 일정 수수료를 떼고 환전이 가능하다.

신인 BJ가 이만한 별풍선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별풍선 조작', '별풍깡', '돈세탁' 등 의혹이 증폭되자 BJ핵찌와 별풍선을 선물한 시청자는 곧바로 해명했다.

반면 아프리카TV는 이번 논란에서 조플페이 등 대리 결제 사이트를 통한 우회적인 별풍선 결제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드러나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관련 규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TV가 핵심 매출원인 별풍선 관련 규정 마련에는 뒷짐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하룻밤 새 1억대 별풍선 받은 신인 BJ핵찌, 관련 의혹 해명...민낯 드러난 '아프리카TV'

사진=아프리카TV 캡처 

지난 4월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시작한 BJ핵찌는 먹방과 댄스, 토크 등을 주요 콘텐츠로 잡았다.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와 닮은꼴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운영중인 유트브 채널 '핵찌TV'는 구독자 수 2만8000명을 보유 중이다.

지난 29일 진행한 개인방송에서 BJ핵찌는 총 1억 2000만 원에 해당하는 별풍선을 120만 개를 받았다. '핵찌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 시청자는 별풍선 1만 개에서 시작해 계속해서 별풍선을 선물했다. BJ핵찌는 춤을 추며 감사의 표시를 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별풍선 120만 개는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약 1억 3200만 원 상당 금액으로 아프리카TV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앞서 BJ철구는 지난해 9월 군입대 전 시청자에게 별풍선 100만 개를 받았다.

BJ핵찌는 개인방송을 시작한지 4개월 가량되는 신인 BJ로 일반 등급이다. 따라서 120만 개 별풍선을 받은 이날 금액의 60%만 가져갈 수 있고 소득세 3.3%를 뗀 총 7000만 원 가량 소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액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나오자 BJ핵찌는 30일 방송을 통해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욕을 먹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아직 수수료 40%를 내는 일반 BJ로 베스트 BJ는 30%로 수수료가 내려가는데 굳이 지금 '별풍선깡'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별풍선을 쏜 해당 시청자도 아프리카TV 게시판에서 "BJ핵찌를 실제로 만난 적도, 번호를 교환한 적도 없다"며 "우연히 BJ핵찌의 먹방 영상을 보게 됐고 젊은 친구가 밝고 유쾌한 모습이 평생 일하며 살아온 나에게 큰 힘이 됐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별풍선 조작', '별풍선깡', '돈세탁' 등이 아프리카TV에서 숱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TV가 자율 규제 등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이번 사태로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 없어...아프리카TV, 수위 높은 자체 규정 마련에도 '뒷짐'

'2018 아프리카TV BJ 어워드'에서 단상에 오른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한 인터넷방송 결제 지적에 방통위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사각지대가 고스란히 드러난 모양새다.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에는 유료후원아이템의 결제(충전 및 선물) 한도를 설정해야 하며, 사업자는 이용자와 방송 진행자간 유료후원아이템의 사적거래와 도용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아프리카TV 등 인터넷방송에서 하루에 결제할 수 있는 한도액은 100만 원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자율규제로 올해부터 시행됐다.

아프리카TV는 이번 별풍선 120만 개 후원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하루 100만 원 상한은 충전 금액이다"며 "여러 번 충전한 별풍선을 모아서 한 번에 후원할 경우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별풍선 하루 100만 원을 충전해 120만 개를 모으기에는 꼬박 3개월이 넘게 걸린다. 또한 아프리카TV에서 설정한 하루 후원 금액은 3000만 원인데, 다른 계정까지 포함할 경우 하룻밤 새 1억 2000만 원 후원이 가능해진다.

이번 별풍선 120만 개를 후원한 시청자도 대리결제 사이트 '조블페이'로 구매하고 여러 아이디를 통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유료후원아이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해외사업자인 유튜브와 국내 사업자간 형평성이 맞지 않아 법적 규제까진 할 수 없었다"며 "자율 규제인 만큼 이를 어겨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율규제에 따라 아프리카TV가 자체 규정 수위를 높여야 하지만, 핵심 매출원인 별풍선과 관련된 규제 마련에는 뒷짐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프리카TV 측은 조블페이 등 대리결제 사이트는 자사와 무관한 회사라며 실효적인 조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아프리카TV가 자체 규정 수위에 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논란은 또 다시 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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