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장애인 관련 사회공헌활동 위축 우려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는 '게임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같은 결정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WHO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다음 달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WHO의 개정안은 2022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KCD는 2020년 개정(5년 주기)하기 때문에 이르면 2025년 국내에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을뿐더러 관련 연구도 부족한 상태에서 게임산업 자체가 위축이될 가능성이 짙다. 나아가 게임을 중심으로 장애인 관련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게임사들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장애 없는 게임 세상" 발목 잡는 보건복지부...게임사의 장애인 사회공헌 사업 제동걸리나

국내 대표 대형 게임사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은 그간 장애인 복지와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지만 이번 WHO와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에 관련 사회공헌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넷마블문화재단은 게임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중심으로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는 교육 및 여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게임문화체험관,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게임소통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는 장애학생들의 여가 문화 확대 및 정보 격차 해소 위해 전국 특수학교 및 유관 기관 내 게임문화체험관을 개설하고 게임 문화가 장애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조사 및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넷마블문화재단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어깨동무문고'는 지난 2014년부터 장애인권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화책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한편 넷마블의 개발자가 재능 기부를 통해 관련 내용을 게임으로 개발해 인식 변화에 대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실제 어깨동무문고를 읽거나 전시회에 참여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9%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됐다"고 응답하는 등 장애 인권 인식은 물론 인권에 대한 고민과 탐색이 늘어나는 유의미한 효과도 확인됐다.

넥슨은 재활이 필요한 국내 19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 대한 전문적 재활 치료 및 장기적인 자활자립을 지원하는 통합형 어린이재활전문병원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장애아동들에 대한 장기적인 자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은 일본에는 200여 개, 독일에는 100여 개의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이 존재하는 데 반해 국내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유일한 실정이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이후 환아들의 재활치료 지원 및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지난해까지 12억 원 이상을 기부한 넥슨은 올해 2월 대전광역시와 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도 발 벗고 나섰다.

넥슨은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광역시 서구 관저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최초의 공공 어린이 재활 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100억 원 기금 기부도 약정했다.

엔씨문화재단은 보완대체의사소통(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을 개발해 말과 언어 표현 및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원활한 의사 표현이 가능한 '나의 AAC'를 개발했다.

'나의 AAC' 시리즈는 장애학새들에게 학습동기 및 수업 참여 증가와 또래관계 및 인식 개선, 어휘확장, 발음교정, 문제행동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됐다.

뿐만 아니라 엔씨문화재단은 '나의 AAC'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국립특수교육원과 함께 인지장애 등 장애 학생들의 원활한 학교 생활이 가능하도록 교내 시설물 안내 표시판을 그림상징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실행해 장애학생의 정보접근권 보장도 지원했다.

장애학생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비영리 영역에서 시안을 활용할 수 있도록 14종의 상징형 표시판 시안을 특수교육 교수•학습 지원 사이트 세티넷에 오픈소스로 공개한 한편 실제 15여곳의 학교들에서는 해당 시안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표시판을 설치했다. 아울러 유치원과 지역 장애인 센터 등 50여곳에서 시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어 엔씨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4회 대회 연속으로 스페셜올림픽 한국 대표팀의 인터넷 부문 공식 파트너로 대표팀의 개개인의 프로필과 포부가 담긴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스페셜올림픽은 올림픽, 패럴림픽(신체장애)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용한 3대 공식 올림픽 중 하나로 전 세계 발달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스포츠 축제다.

지난 3월에는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 세계하계대회 인터넷 부문 공식 후원 파트너로도 나섰다.

넷마블과 넥슨, 엔씨소프트는 "게임은 질병이 아닌 문화"라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복지와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을 위해 활발한 투자와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도움을 전개하고 있는 반면 이번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서 나아가 보건복지부가 국내 도입을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장애 없는 게임 세상을 꿈꾸는' 게임업계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속에서는 모두가 게이머로서 평등한 지위를 가진다"며 "WHO와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행보는 그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해온 게임사들의 관련 사회공헌사업 위축을 초래하는 결정타로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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