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키노트서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컨퍼런스 진행

"과거 보존해야 미래의 게임 이야기할 수 있어"

김동건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는 24일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에서 진행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5년 넥슨 코리아에 입사해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마블 배틀라인, 런웨이스토리, 어센던트 등 굵직한 게임을 개발한 김동건 프로듀서는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짧은 생명 주기가 안타깝다고 포문을 열었다. 과거가 존재해야 미래를 논할 수 있는데 이같은 게임들은 흔적이 존재하지 않아 자료들을 찾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

이에 반해 마비노기는 매우 운좋은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서비스를 하고 있고 예전 자료도 많이 남아있기 떄문이라는 것.

그는 패키지 게임 시절 하이텔 PC 통신 동호회에서 활동했으며, BBS에서 '마비노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BBS는 일종의 SNS로 게시물을 읽고 쓰면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BSS에서 상주하는 사람에 대해 눈길이 갔다고 전했다. 내성적이라 말을 걸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상주하는 행위를 '새로 이사온 아이의 장난감'에 빗댔다. 이미 관계가 형성된 곳에 진입하기 위해 장난감으로 관심을 유도한다는 것.

이러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넥슨에 입사한 김동건 프로듀서는 '마비노기' 기획서를 제안했다. 김 프로듀서는  "넥슨 내에서 3D를 개발한 팀이 없었고 DB가 아닌 모든 프로젝트에서 둠바스라는 파일 기반 서버를 사용했다"며 "기술적 불안 요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3D는 마비노기의 세일즈 포인트며 MMORPG에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기존 프리렌더 방식과 큰 차별화를 두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DB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BBS를 운영하면서 파일 기반 서버 한계를 체감했고, 데이터 필드의 추가나 확장이 힘들뿐더러 안정성이 파일 시스템에 의존적이어서 통계를 보기 어렵기 떄문. 

이에 마비노기는 전격적으로 자체 3D 엔진을 개발하고 카툰렌더링 방식 기반, DB 활용 등 기존 게임들과 차별성을 지니기 시작했다.

게임 내에서도 참신한 시도를 진행했다. 김동건 프로듀서는 "게임이 좀더 다정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이에 동물, 아이, 친절한 조력자, 캠프파이어와 캠프쉐어링 등을 초기부터 계획적으로 디자인에 이를 포함시켰다.

'나오'도 이 일환이다. 마비노기에서 나오는 플레이어와 늘 동핸하는 요정으로 연애와 동경, 안전함 같은 감정이 실체화된 NPC다. 김 프로듀서는 "나오는 은하철도 999 메텔에서 많이 따왔다"고 기억했다. 

전투 방식도 색다르게 기획했다. 상성과 심리전을 기반으로 디자인, 게임을 차별화하는 인상적인 메카닉. 한방한방 중요하고 묵직한 타격감이 어필했다. 다만 다대다 전투 등 수백시간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피로했다고 회고했다.

스토리는 게임 세계가 낙원이고 낙원이라고 생각했던 세계가 현실이고,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분신이므로 불사신이다라는 큰 줄기를 처음부터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MMORPG에 기승전결 스토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며 스토리는 세계에 유저를 묶어주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비노기의 런칭 후 끝날 줄 알았던 야근과 밤샘이 지속. 서버가 다운되면 새벽에도 출근, 팀 구성원들이 한명씩 번아웃. 번아웃이라는 용어를 이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G3를 마감할 무렵 즈음 오프라인 간담회를 참가해 직설적인 것을 많이 들었다. 세계를 만드는 것과 세계를 유지하는 것은 다르다 느낌. 이에 개발과 라이브를 분리해야 겠다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마비노기는 넥슨 라이브 본부로 이관됐고 현재 데브캣 스튜디오는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는 넥슨에 유일무이한 완전한 포맷의 '마비노기' 개발 완수 보고서를 공개했다. 초기 기획부터 개발과정과 성과를 담고 있으며,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기록을 위해 하나씩 만들어보라고 권장했다.

김동건 프로듀서는 "한국 게임들은 늘 똑같고 발전이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며 "과거가 유실되고 있기 때문인데 기록하고 역사를 남겨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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