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면을 '다엘이 북섬으로 뛴다'라고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겠어요?

"리니지 껍데기만 씌웠을 뿐, 완전히 다른 게임이네요" 겨울방학 성수기 시즌을 앞둔 게임 업계에는 '리니지 이터널'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게임의 명가 엔씨소프트의 5번째 국내 라인업이자, 베스트셀러 리니지를 계승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리니지 이터널은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5일간 첫 비공개 테스트(CBT)를 실시했다. 지난 2014년 지스타 출품 이후 2년 만에 다시 등장한 리니지 이터널은 신작 온라인 게임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기대감을 힘껏 주었다.

'리니지'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큰 탓일까. 리니지 이터널은 리니지 IP(지적재산권)만 갖고 있을 뿐, 기초적인 시스템부터 플레이 성향까지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덕분에 리니지 이터널의 1차 CBT를 접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치닫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렸다.

◈ 린저씨의 5일간 리니지 이터널 체험기 

린저씨, 리니지와 아저씨를 합성한 말로 단조로운 플레이만 선호하는 게이머를 비꼬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아직까지 리니지를 플레이하는 19년 차 유저이자, 고도의 컨트롤을 싫어하는 필자는 진성 린저씨임이 틀림없다.

캐릭터를 생성 후 리니지 이터널의 세계로 접어드는 순간, 처음부터 '리니지'의 체취는 강하게 남았다. 말하는 섬, 바포메트, 케레니스, 반왕, 데포로쥬, 질리언, 조우, 판도라, 발심, 바이움 등 리니지1, 리니지2의 주요 콘텐츠가 리니지 이터널 내 곳곳에 산재했고, 튜토리얼을 끝낸 후 시작 지점인 말하는 섬에서는 리니지1의 BGM(배경음)이 흘렀다.


▲  리니지 유저만이 알고 있는 '소막'

세계관 또한 리니지를 계승한 부분이 드러났다. 원칙의 여신 '아인하사드'와 그의 남편이자 혼돈의 신 '그랑카인'의 대립적인 구도, 두 신들의 장녀 '실렌'과 관련된 스토리 등 세계관 곳곳에서 리니지의 유산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세계관을 잇는 동시에 리니지 유저들에게 스토리를 다시 짚어보며 낯선감도 낮췄다.

말하는 섬에서 오크 상인 발심에게 퀘스트를 받고 조우와 함께 바포메트 봉인 작전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에서는 한 켠에 간직된 리니지의 스토리가 다시 한 장 한 장씩 넘어갔다. 튜토리얼이 끝나자마자 PK(Player Killer)가 등장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선착장을 통해 본토(?)라고 불리는 기란 항구 마을에서 본격적인 리니지 이터널 연대기가 펼쳐졌다.


▲ 여기가 그 악명 높은 말섬 선착장

리니지 이터널은 캐릭터 레벨에 대한 부담이 없다. 최대 4개의 캐릭터로 이뤄진 팀을 구성할 수 있고, 팀에 포함된 모든 이터널은 획득 경험치를 공유한다. 때문에 부캐라고 불리는 새로운 캐릭터 육성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이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PC MMORPG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엔씨소프트만의 방식으로 해결한 노하우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리니지 이터널은 공유 경험치로 다수의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이 가능하지만, 하나의 캐릭터에 애정을 쏟아붓는 MMORPG 느낌이 많이 퇴색되었다. 또 다수의 이터널 중 게이머들의 선호 이터널은 '오필리아'로 확연하게 나타났다. 아이단, 지켈, 셀레네, 카이 등 일부 이터널 이외에 나머지 이터널은 거의 방치되고 있었다.


▲ 아이단의 일기당천은 린저씨에게 사랑입니다

리니지 이터널의 타격감은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게임 중 단언컨대 최고의 위치다. 핵앤슬래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쿼터뷰에서 펼쳐지는 몰이사냥과 단일 타깃을 대상으로 삼는 공격 하나, 하나가 리니지2의 '정령탄'을 마구잡이 터트리는 기분. 게이머들 사이에 핵앤슬래시 치고 속도가 느리다는 평도 있지만, 원작과 비교했을 시에는 매우 빠르다. 빠르다 못해 너무 빨라서 캐치가 힘들 정도다.

4개의 이터널로 구성된 팀은 광활한 아덴 영지의 여기저기에서 몬스터를 휩쓸고 다니다 보면 지역, 돌발, 저항군 등 실시간 퀘스트가 발생하고, 순위권 에픽 퀘스트를 통해 쉴 틈 없이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또 풍부한 모상이 기다리고 있는 '오만의 탑'은 마치 나의 이터널 팀 한계를 알아보는 척도처럼 보인다.


▲ 경험치, 아이템 둘 다 거머쥘 수 있는 오만의 탑

조건에 따라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지역 퀘스트는 린저씨에게 생소하게 느껴졌다. 린저씨에게는 단지 한 지역에서 죽치고 사냥만 하는 속칭 닥사만이 레벨업의 비결이다. 하지만 리니지 이터널은 생동적인 퀘스트 시스템을 품고 있었고, 이는 엔씨소프트의 해외 출시작 '길드워2'에서 흡사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니지 이터널의 첫인상은 테스트 '망무새(亡과 앵무새의 합성어)'들이 항상 외치는 것처럼 '망겜'이다. 세계관, 배경 이외엔 리니지와 흡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시작한 리니지 이터널은 테스트를 접하는 순간 어느새 43레벨을 달성하고 테스트 마감을 아쉬워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오히려 리니지만의 묘한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는 듯했다.


▲ 비명의 채석장 내 베히모스 방에서도 프레임 저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다

또 그런 망무새들도 리니지 이터널의 단 하나는 인정했다. 바로 최적화다. 이번 테스트가 제한된 인원을 뽑았다고 하지만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레이드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이 된다는 것. 더군다나 클라이언트까지 5.7 기가바이트로 신작 온라인 게임에 비해 매우 가벼운 편이다.

5일간 리니지 이터널 체험을 평가하자면 하드코어한 '리니지'를 라이트하게 표현한 게임이다. 물론 원작 리니지가 주는 중후한 맛은 사라졌다. 아니 그간 엔씨소프트의 MMORPG 집약 노하우를 최신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게임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


▲ 테스트 마감을 앞두고 마구잡이 PK가 이뤄지는 세기말 현상


▲ +70 갑옷, +99 무기 등 강화에 대한 부분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 리니지 이터널에 등장한 리니지1의 바포메트


▲ 1, 2, 3, 4....11파티 기억하시죠? 리니지2 레이드 보스 '오르펜'. 이터널에서는 4인 레이드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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