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지난 20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M.O.E, 이하 모에)'는 일단 타이틀 명칭부터 예사롭지 않다. 하츠네 미쿠, 아이돌 마스터 등 그래픽 캐릭터를 향한 애정 어린 공세를 표현하는 말로 알려진 일본어 '모에'와 동음어다.

모에는 보기만 해도 흐뭇한 16명의 인공 미소녀 생명체 '픽시'를 거느린 우주 함장이 되어, 픽시들이 메카닉 병기 '아머드 슈트'에 탑승해 전투를 벌이는 SRPG다. 스토리를 보고 있자면 일본 제국 함선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칸코레'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스토리 중간중간 난감한 씬과 픽시의 방에 몰래 들어가 일어나는 일종의 사건들. 모에는 턴제로 진행되는 SRPG이면서도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포함되어 있다. 단지 SPRG뿐만 아니라 다섯 가지 덕(五德)이라고 불리는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모에.

이런 장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에의 타깃층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하지만 출시 이틀이 흐른 22일 모에의 공식 카페 가입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불과 하루 전날인 21일에는 25000명 대에서 하루 만에 5000명 이상 늘여가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 내 옷을 잡고 울어주는 캐릭터가 있다니...

미소녀와 메카닉의 오묘(奧妙)한 조합

미소녀와 메카닉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느낌을 받지만, 사실 그들만의 문화에서 비슷한 점이 많이 나타난다. 단 한 가지에 사람을 헤어나지 못하도록 푹 빠트린다는 점에서 말이다.

정통 SRPG를 기대하고 만난 모에의 첫 느낌은 실망이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미연시 스토리 라인이 SRPG만의 전략적인 부분을 서로 침범하고 있어 몰입감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과는 뻔한 히로인을 두고 벌이는 미연시의 밀고 당기는 모습은 더욱 SPRG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모에의 핵심일 줄은 누가 알았으랴. 메카닉 기체를 수집하고 강화시키는 SRPG의 남성향 독특한 맛에 미연시라는 달콤한 조미료까지 더해지니 눈까지 즐거워지는 게임이 아닌가. 물론 전철 안에서 수영복 코스튬은 잠시 넣어두도록 하자. 오해받을지도 모르니.


▲ 공공장소에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여러 모바일 SPRG 턴제 게임을 경험해본 결과 가장 큰 난제는 '지루함'이었다. 일반 PC 패키지 게임처럼 단지 스토리만 풀어나가면서 엔딩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모바일 게임은 '네버엔딩'을 넣고 있어 SRPG를 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20~30분 걸리는 한 스테이지를 끝내고 나면 지루함이 몰려오기 마련.

모에는 이런 문제점을 미소녀와 메카닉 조합이라는 묘수로 풀어냈다. 처음에는 긴장과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지루함이 묻어나는 SRPG 스테이지 진행을 가벼운 미연시라는 복병을 숨겨두어 마치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때문에 미연시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는 지루함을 씻어내고 다시 SRPG 스테이지 진행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다.


▲ 모에는 SPRG라고 쓰고 미연시라고 읽는다

내면의 덕을 깨우는 픽시들

미연시의 각종 히로인들이 되는 인공 소녀 '픽시'는 모에의 꽃이다. 16명의 미소녀 픽시는 서로 다른 외모와 보이스를 가져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다. 애간장을 녹이는 간드러지는 미소녀의 비명과 절규가 매력적이지만, 다수의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는 소리를 잠시 'OFF' 해두기를 권한다.

그런 픽시들은 스토리 진행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픽시가 탑승하는 기체 종류, 성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픽시의 스킬 특성, 픽시와의 개인 면담이 가능한 쇼룸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 수집 욕구를 마구 자극한다. 또한 쇼룸이라는 둘만의 공간에서 터치를 이용한 교감(?)이 가능하다.


▲ 최...최...고의 레어 아이템...

모에는 다수의 히로인들에게 둘러싸여 각종 좌충우돌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가끔은 아찔한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지상 하렘이라면 바로 이곳이다. 오매불망 '레아스', 동인녀 '퓨리스', 츤데레 '에밀리', 사디스트 '라비' 등등 목소리와 겹쳐지는 그들과의 생활은 마치 즐거운 낙원이랴.

그런 픽시들과 교감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각각의 픽시들이 좋아하는 호감도 아이템을 구해 애정공세를 펼치다 보면 어느새 다소곳한 픽시가 내 옆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픽시의 쇼룸에서 단둘이 VR(가상현실) 모드까지 지원되어 더욱 생생함을 갖췄다.

단지 모니터, 모바일에서만 본 미연시 캐릭터들이 VR로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이게 진정한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이 아닌가? 최근 폐업한 일본 E사의 미연시 게임을 조금 즐긴 이후로 오래간만에 찾아온 미.연.시 게임인지 모르겠다.


▲ 뭘 했냐고요? 손이 자꾸 가...읍읍

보다 쉬운 SRPG를 표방한 '모에'

모에는 기본 틀이 되는 SRPG 부분에서 모바일 환경의 유저들에게 최대한 배려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쉬운' SPRG이다. 강습형, 포격형, 저격형, 지원형 등 단 4가지의 픽시 및 슈트 클래스로 명확한 역할을 나눴다.

지형, 위치 등 이 점 요소란 것은 배제되어 있고, 단지 4가지 클래스의 공격 범위와 스킬만 알면 게임 플레이가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스테이지마다 권장 전투력이 있긴 하지만, AI(인공지능)가 아닌 직접 플레이 시 한참 모자라는 전투력으로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요한 전투력을 올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매일 횟수 제한이 있는 일일 미션으로 얻는 '강화 전용 슈트'와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얻을 수 있는 일반 슈트를 모아 계속 먹이기만 하면 된다. 슈트에 장착하는 아이템도 전투력을 올려주지만, 슈트 강화가 더욱 빠르게 전투력을 올릴 수 있다.


▲ 히로인을 거느린 주인공에게 토끼라니! 이런 발칙한...

높아진 전투력으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미션뿐만 아니라, 강화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신전', 다른 이용자와의 전략적인 PVP가 가능한 '대전', 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해 젬(게임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전장' 등 다양한 콘텐츠를 편안히 즐길 수 있다.

모에가 쉬운 SRPG를 택한 길은 간단히 찾을 수 있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PC 온라인과 다르게 모바일 SRPG는 짧은 시간 안에 스테이지를 끝내야 하고, 네버엔딩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지루함'을 제공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 모에에서 자동 사냥으로 파밍 플레이를 진행하더라도 진입장벽과 같은 큰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탈이랄까.

넥슨의 마스터오브이너니티(M.O.E)에 대한 초기 평가는 공식 카페만 보더라도 확실히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오타쿠 문화에 심취한 이들이 퀄리티가 어떻다니, 문화가 다르다니 등의 소리를 듣더라도 좋은 점이 더욱 많다. 단지 모바일에서 이런 장르의 게임이 나왔다는 것 하나로도, 컴컴한 방 안에서 몰래 PC를 켜는 일 없이 충분히 취향을 맞춰주고 있으니 말이다.


▲ 모에는 SRPG를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도 쉽게 진행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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