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찾아간 차이나조이 2016 기행기

▲ 차이나조이 N4관에 가득한 인파

중국 대표 게임쇼 '차이나조이 2016'이 지난 28일부터 나흘간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전시규모만 14만 제곱미터로, 불과 4년 만에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글로벌 3대 게임쇼인 미국 E3,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와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장족의 성장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차이나조이를 다시 찾았다. 고온다습한 상하이의 해양성 기후와 차이나조이 전시장 내 빼곡한 인파는 아직까지 변함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오히려 전시규모가 2배나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인기는 중국 게임 산업의 위상이 날로 높아짐을 의미하는 듯했다.

과거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수입해서 내수 시장에 풀기에 바빴던 중국은 모바일 게임 시대로 접어들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개발력과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곳이 되었다.

중국 IT 정보업체 analysys에 따르면 2016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640억 위안(10조 7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어 한국의 게임 산업 전체 규모를 앞지른다. 그런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면 과거 온라인 게임의 맹주국을 자처한 한국의 게임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중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력이 한국을 앞지른 셈이다.

▲ 저 끝에 보이는 전시관의 마지막. 그런데 차이나조이 전시관은 삼각형이다

◆ 사우나조이(?), 차이나조이가 있는 상하이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상하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약 2시간이 지나자 도착 기내음이 흘러나왔다. 살벌한 상하이의 폭염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 것. 푸동 공항 밖으로 나서자 그늘에서도 몸이 축 늘어질 정도로 더웠다. 심지어 대로변에는 무더위를 식힌다고 물을 분사했지만 마치 따끈한(?) 스팀을 얼굴에 끼얹는 듯했다.


▲ 더운날을 식히려고 뿌려대는 물이 오히려 스팀 같았다

공항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면서 더위는 계속되었다. 마치 고온 습식 사우나에 있는 기분이랴. 호텔에 도착 후 부랴부랴 다시 짐을 챙겨 차이나조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택시 운전기사가 간단한 영어도 알아듣지 못해 각종 번역기를 켜고 보디랭귀지로 일일이 설명해야 겨우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뼛 속까지 깊은 중화사상이 느껴졌다.

가는 길에 불행 중 다행인지 폭우가 쏟아져 잠시나마 무더위를 식혔지만, 이내 이는 새로운 재앙으로 다가왔다. 입장 통로가 또 변경된 것.

차이나조이 입장은 지난해 W관과 E관 사이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N관에서 진행됐고, W관 앞에서 내린 기자는 1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비와 땀에 젖어 물에 젖은 생쥐처럼 꼴을 하고 행사장 입구로 들어선 순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가득한 인파만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습기와 행사장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어우러져 한편의 지옥도를 연상케 했다. 더웠다. 너무나 더웠다. 등 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씻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 후줄근하게 젖은 몸을 반긴 입장 인파

◆ 세계 3대 게임쇼와 어깨를 견줄 차이나조이 

후줄근하게 젖은 몸을 이끌고 BTC관에 들어서자 여기가 과연 '차이나조이'라는 분위기가 물씬 흘러나왔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요란한 굉음과 곳곳에 몰린 인파가 '대륙'의 스케일을 톡톡히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미모의 부스걸은 차이나조이의 꽃이다. 피곤함 마음도 싹 가셨다. 차이나조이는 대량의 부스걸이 함께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에 비해 부스걸의 과도한 노출을 주최 측에서 제재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의상을 입은 부스걸이 존재했다. 그래서 더더욱 피곤하지 않았다. 아니 차이나조이에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 미모의 부스걸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 정면을 바라보니 시선을 대체 어디에 둬야할지...

인기 온라인 게임과 각종 모바일 게임, VR/AR 게임, 애니메이션 IP 게임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화려하게 꾸민 부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하기에 바빴다. 롱주TV 앞에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등장하자 몰려든 관람객 덕분에 그곳은 마비나 다름없었고, 블리자드 게임으로 꾸민 부스는 행사 내내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때문에 온라인 게임은 한국과 중국 게이머들이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블리자드 게임이 모인 곳에서 특히 오버워치 시연대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하지만 모바일은 달랐다. 한국은 일반적인 액션 RPG, RPG가 주요 마켓을 장악하고 있지만, 차이나조이에서 보여준 중국은 AOS와 MMORPG에 보다 집중되어 있었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일부 MMORPG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게이머 성향 차이가 모바일에서 확실히 드러났고, 중국은 모바일 MMORPG에서 최적화 기술이 이미 한국을 앞지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VR/AR, 콘솔, IP 게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미 중국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차이나조이에서 본 VR/AR 게임만 수십여 종을 헤아렸고, 자체 VR 플랫폼까지 개발하는 등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게임 시장 장악에 사활을 걸었다.


▲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해 만든 '포링 스크램블 VR'을 체험 중인 유아 관람객

VIP 시스템, 돈만 내면 강해지는 게임, 조악한 수준의 퀄리티, 표절 등 한국은 여전히 중국産 게임에 대해 편견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차이나조이에서 본 중국의 게임 시장은 날로 발전하는 기세다. 이미 한국을 추월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LCD 산업이 안주하는 동안 한국에게 빼앗긴 것처럼 게임 산업도 한국이 중국에게 넘겨줄지도 모르겠다. 차이나조이만 보더라도 아시아 최대의 게임쇼로 불리는 도쿄 게임쇼(TGS)를 넘어섰고,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를 갖춰 세계 3대 게임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참 하나는 성장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장에서 먹은 글로벌푸드 맥OOO는 아직까지 옛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4년 전에 먹다가 반을 버린 그 맛을 이번에도 다시 보았고 절반을 다시 버렸다.


▲ 추억의 그맛. 절반은 버린다는 그맛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플레이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