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오죽하면 다가올 총선을 겨냥해 청년 수당 등 미취업 청년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이슈가 될 정도이니 말이다.

게임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풀어주고 속으로는 휘어잡는 정부의 엇박자 정책과 모바일 게임이 급부상하면서 온라인게임이 위축되어 지난 2012년부터 게임 업계 종사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었고, 청년들의 입사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취업보다 창업으로 눈을 돌려 소규모 스타트 업은 늘어갔다. 혜성처럼 등장해 시장에 반짝 주목받고 사라지는 스타트업도 부지기수인 상황. 모바일게임 시장마저 마케팅의 고도화, 상위권 고착화가 이뤄지면서 소규모 스타트업이 살아날 방법은 더욱 좁아졌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이슈에 잠깐 편승하는 수뿐이다.


▲ 식빵소프트 유나영 PD

미모의 여대생이 게임을 만들었다…하지만 마케팅이란 복병을 만났다

모바일 클리커 게임 ‘바이러스킬러’를 출시한 식빵소프트 유나영PD도 마찬가지였다. 식빵소프트는 유나영PD와 고효준 개발자 단둘이 존재하는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물론 별도의 오피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만나서 직접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아니면 유선으로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메르스에 이어 올해 지카 바이러스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유PD는 여대생 신분이었던 지난해 9월부터 바이러스를 주제로 삼아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행성을 노린 시도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지난 3월 2일 구글플레이에 출시하자마자 유PD는 낭패에 빠졌다. 구글플레이에서 ‘바이러스 킬러’를 검색하면 상위권은 백신 앱이 노출되고 있고, 출시한 게임은 한참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 세상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정말 게임을 만들고 나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겪었어요. 개발 과정은 재밌어요. 하지만 마케팅이 어렵다고 느꼈고, 효과적인 마케팅이 동반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오죽하면 방송 분야에 계신 지인분께 바이러스 킬러를 한 번 언급해달라고 부탁까지 드릴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 모바일 클리커 게임 '바이러스 킬러'를 소개하는 유PD

게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유PD

“졸업하기 전부터 게임 업계에 취업하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냈어요. 하지만 저의 포트폴리오는 너무나도 부족했고, 게임은 계속 만들면서도 즐기고 싶어요”

스물여섯의 아직 앳된 얼굴이 가시지도 않은 유PD는 H대 시각디자인과를 올해 졸업해 게임 업계 취업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커뮤니티 모임에서 소개받은 고효준 개발자와 연이 닿아 직접 게임을 개발 및 출시하기에 이른다.

1남 2녀 중 차녀인 유PD는 “어려서부터 디아블로2, 바람의나라 등 게임을 원체 좋아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게임 순위를 검색하고 다 해본 것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때 남동생과 PC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암투를 벌이기도 했다.

유PD는 꿈과 낭만이 존재하는 캠퍼스 생활에서도 게임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5년 1월 리그오브레전드(LoL) 레이디스 배틀에서 16강까지 진출한 ‘블랙홀’이 유PD가 AD 포지션으로 속한 팀이었다. 당시 유PD는 징크스로 내셔 남작 스틸까지 완벽히 소화한 AD 포지션으로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다.

이번에도 유PD는 LoL 레이디스 배틀에 참가 신청을 넣었고 최종 우승한다면 우승 소감으로 “바이러스 킬러를 소개하고 싶다”고 밝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 2015 LoL 레이디스 배틀에 참가한 유PD

여기서 문득 화제를 바꿔 유PD의 나이가 올해 졸업생인 것 같지는 않아 던진 질문에, 유PD는 "학사에서 누락되어 졸업이 늦어졌다"고 무언가 의혹이 많은 변명을 했다. 하지만 이내 유PD는 N사의 온라인게임 A에 푹 빠져 한 학기를 PC방에서 생활해 모든 과목 F 학점을 받아 학사경고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때요? PC방에서 밤새우고 나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으로 왔어요. 덕분에 졸업까지 험난하기도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참 PC방 패션의 완성은 헤드셋까지 인 거 아시죠?”


▲ 사실 한 학기 전부 F 학점 받았어요

졸업 후에도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유PD는 게임 개발 이외에도 낮에는 카페 아르바이트, 가끔 게임 디자인 외주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많은 양의 게임을 즐긴 유PD는 그 덕분에 클라이언트에서 게임 디자인 요청이 들어오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진행한 작업이 대부분 문제없이 통과되었다.

“게임에 관심이 없으면 디자이너가 힘들어요. 예를 들어 메탈 색깔로 입혀달라고 하면 무슨 색깔일까 한참 고민하겠지만, 스타크래프트의 SCV 색깔이라고 하면 딱 감이 오는 거죠. 오히려 게임을 많이 한 게 가끔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헛되게 살진 않았네요”

F 학점女가 만든 바이러스 킬러

식빵소프트가 출시한 바이러스 킬러는 인디 게임의 대세인 클리커 장르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유PD는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했고, 프로그래밍은 고효준 개발자가 맡아 6개월 간의 티격태격 끝에 출시했다.

청년 실업에 빠진 주인공이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들을 사냥하고, 돈을 모아 치킨집을 창업한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여기서 청년 실업이라는 주제로 창업까지 이어간다는 게임 스토리가 유PD의 현실을 투영한 것처럼 보여 자신을 모티브로 삼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 클리커 게임 '바이러스 킬러'

이 게임은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들과 터치 아르바이트로 금화(게임 재화)를 모을 수 있고, 금화를 무기 업그레이드 및 아르바이트 보상 상향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또 다른 재화인 훈장은 보스전 보상 또는 100 라운드 이상에서 환생으로 얻을 수 있고, 패시브 스킬 강화로 보다 빠르게 바이러스에 걸린 동물들을 퇴치할 수 있다.

총 3000 라운드까지 구현된 바이러스 킬러는 라운드를 넘기면서 환생을 자주 해 캐릭터 패시브 스킬을 강하게 만들어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방치형 클리커 게임 마냥 켜두기만 하면 500 라운드 언저리에서 막힐 수밖에 없다.


▲ 막히는 부분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유PD

유PD는 “바이러스 킬러를 만들면서 재밌었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3D로 제작된 그래픽 퀄리티를 낮췄으면 괜찮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스토리 자체가 어이없는데 그래픽과 UI가 마니악 층이 좋아할 만한 수준인 것 같아요”라며 출시 후 심정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놨다.

바이러스 킬러는 향후 새로운 배경이 추가되고, 밤과 낮에 따라 조명 또한 바뀌게 된다. 또한 효용성이 크게 존재하지 않는 보석을 소비할 수 있도록 동료 시스템을 추가하고, 도감 시스템 및 코스튬을 확대할 계획이다.

게임이 성과가 나오면 유PD는 “또래 친구들은 다 취직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하는데, 전 아직 마땅한 수입이 없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한 번쯤은 드려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막내딸 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이어 “회사 운영 및 게임 개발도 계속 유지하고 LoL도 우승하기 위해 연습도 꾸준히 할 거예요. 그리고 게임 BJ도 해보려고요. 캠 및 방송 장비만 세팅하는 대로 게임 BJ로 찾아갈지도 몰라요”라고 게임에 대한 열정만은 인터뷰 내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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