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날씨 덕분에 편안한 출장길

“그곳에서 숨만 들이켜도 네 수명이 2년 줄어들꺼야” 

중국 베이징이 최악의 스모그로 연일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베이징 로코조이 출장 소식이 다가왔다. 그런 소식은 해외 출장의 설레임보다 걱정을 앞서게 했고, 출발 전날까지 방독면 또는 마스크 사이에 선택의 고민을 안겨주었다.

사실 고민만 했을 뿐 이 모든 것도 현지 문화 체험(?)으로 받아들인 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함께 출장을 가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중국 스모그 이슈는 단연 톱 화제거리 였다. 공항에서 포털 검색으로 베이징 스모그를 검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김포 공항에서 조식과 면세점 쇼핑으로 일단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무사히 다시 돌아오기만을 노심초사하며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모른 채.

“잠시 후 우리는 베이징, 베이징 공항에 도착합니다”

김포 공항을 떠난지 한 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곧 베이징에 도착한다는 기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풍문으로 들은 살벌한 베이징의 대기를 직접 체험할 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 남은 한국의 공기가 남아있는 비행기 안에서 가슴 속 숨을 꾹꾹 들이키며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착륙과 터미널 내 빡빡한 입국 심사장으로 이동하면서 로코조이 인터내셔널 스탭이 마스크를 나눠주자 정말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 쾌청한 날씨의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하지만 이게 웬걸 직접 한 숨 들이킨 베이징의 공기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인 스모그’, ‘최악의 대기’ 등 소식으로 출발 전부터 불안감을 키운 탓인지 같이 동행한 기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

날씨 또한 동장군이 설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국의 봄처럼 따스했고 오히려 꽁꽁 싸맨 옷이 실내에서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들었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스탭에게 받은 마스크는 그대로 가방으로 들어간 채 출국하는 이튿날까지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의 열정에 감동받은 로코조이

전세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본 창 밖의 베이징은 낡은 건물과 신축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의 외진 지역과 흡사했다. 군데 군데 심어진 상록수의 잎에 소복히 쌓인 먼지는 북경의 대기가 지금처럼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줬다. 마스크를 꺼낼까 했지만 청명한 날씨에 이내 마음을 다시 접었다.

숙소에서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원래 목적인 로코조이 기자간담회 장소로 몸을 옮겼다. 그곳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초청된 취재진과 게임업계 관계자 600여명이 몰려 ‘역시 중국 스타일이구나’ 싶을 정도로 크게 판을 벌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식전 행사부터 싱샨후 로코조이 대표의 PT까지 한-중-일 3국 언어로 동시 통역됐고, 7성 호텔의 넓은 오디토리움이 빽빽히 채운 취재진들 덕분에 오히려 좁게만 느껴졌다.


▲ 로코조이 신작 '초시공영웅전설' 기자간담회


▲ 로코조이 싱샨후 대표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기자간담회에서 본 행사가 끝나자마자 각국의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자리를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기자들만이 자리를 고수하면서 기사를 마감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로코조이 관계자는 한국 취재진의 열정적인 모습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데도 말이다(한국 취재진들 의문의 1승).

이어진 식후 행사와 각국에서 온 취재진을 위한 간단한 저녁 자리가 마련됐고 그곳에서 현지 음식을 마음껏 흡입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향신료 냄새에 민감한 필자는 푸짐한 현지 음식을 조금뿐이 먹지 못하고 고량주에 칭타오를 섞었다가 다음날 아침까지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에 고생을 했다(역시 맥주에는 소주입니다. 소주!) 새삼 이슬이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 중국 현지 음식점. 향신료 향에 내성이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베이징 천안문 광장과 왕푸징 거리, 발마사지샵 투어

첫 날 로코조이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공식 행사 일정은 모두 완료됐고, 이튿날은 베이징 명소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 출장 중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된 것. 원래 명, 청 시대 황제가 기거했던 자금성을 관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첫 날과 다르게 이튿날은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졌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천안문 광장과 왕푸징 거리 투어로 변경됐다.

천안문 광장까지 가는 길도 도보로만 허용이 됐고 유명한 마오쩌둥 사진이 걸린 곳까지 두 차례의 검문이 있었다. 신기한 점은 분명 라이터와 성냥 반입을 검문으로 금지하는데 광장 내 현지 흡연자들이 다수 존재했고 그들을 위한 흡연 공간까지 제공했다(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웠다). 더욱이 이런 라이터를 소지한 흡연은 바로 앞에 공안(경찰)이 있음에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고 타인에 대해 무신경한 중국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 이튿날 찾은 베이징 천안문


▲ 천안문 광장에 휘날리는 오성홍기

넓디 넓은 천안문 광장을 발아프게 돌아다닌 뒤 중국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왕푸징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왕푸징 거리는 중국의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으로 약 800미터에 달하는 큰 대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쇼핑몰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대로 주변은 미관을 위해 현대식 건물이 즐비했다. 그리고 현대식 건물 사이사이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는 순간 이름도 알 수 없는 낡은 중국 전통 음식점과 재래시장이 존재해 중국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 왕푸징 거리 입구


▲ 끝에서 바라본 왕푸징 거리


▲ 골목길마다 가득한 전통 음식점과 재래시장

천안문 광장, 왕푸징 거리를 2시간 가량 정처없이 걷다 다시 버스에 올라 다음 행선지인 발마사지샵으로 움직였다. 현지 가이드가 설명한 발마사지는 중국을 온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걷기 때문에 인기 있는 코스 중에 하나라고 한다. 실제 베이징 대학생들로 구성된 관리사들은 기본적으로 ‘세게’, ‘살살’ 등을 알아들었고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수준이었다(아쉽게도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예전 상하이에서 발마사지를 받고 코피를 수돗물처럼 콸콸 쏟은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약간 겁도 났다. 괜한 기우였다. 이내 발마사지 특유의 시원한 느낌 덕분에 살짝 잠이 들어버렸고, 단잠에 취해있는 동안 어느새 출국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컨퍼런스나 게임쇼가 아닌 단일 기자간담회로 중국을 찾은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교적 깨끗한 날씨 덕분에 대기 오염에 대한 우려도 없었고, 베이징이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장거리 여행에 따라오는 피곤함도 적었다. 다만 로코조이 본사를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다.

출장을 마치면서 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이 같은 행사가 더욱 많아지고 발전을 기대하며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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