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열정, 그리고 쉬운 유니티엔진이 만들어낸 결과물

모바일게임 산업이 성장기를 넘어 숙성기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밖으로는 글로벌 게임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안으로는 대형 게임업체들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플레이포럼은 유니티코리아와 함께 모바일게임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만남을 통해 ‘인디 개발사가 게임산업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그들의 고뇌와 프로젝트 현황, 현 시장의 문제점 등을 여과없이 담백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최근 캐주얼게임 ‘상자 속 병아리: 푸푸월드(이하 푸푸월드)’를 출시한 이니록스 조영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인 개발사인 이니록스의 조 대표는 최근 모바일 호러게임 ‘아라하’가 PC버전으로 스팀의 그린라이트에 통과함으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이니록스 조영인 대표

유니티 엔진 독학으로 디자인, 프로그래밍까지 모두 소화한 조영인 대표

기쁜 소식으로 얼굴에 화색이 만연한 조영인 대표는 1인 개발사로 나선 계기에 대해 “혼자서 어떠한 프로젝트를 완성한 개발자라고 어필하고 싶었다”며 “게임 개발의 불모지에 가까운 전남 목포에서 2011년부터 유니티 엔진을 독학으로 배워 게임 개발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개발사에 취업하지 않고 지방에서 홀로 인디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인디 개발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 그래픽 디자인은 그가 과거에 웹디자이너로 쌓은 경험으로 해소했다. 여기에 그래픽 소스와 캐릭터 로직까지 모두 알려주는 쉬운 유니티 엔진의 친절한 특성과 결합되어 초기 개발부터 출시 이후 업데이트까지 모두 경험한 1인 개발사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조 대표가 최근 출시한 모바일 캐주얼 게임 ‘푸푸월드’와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아라하’도 모두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됐다. 그의 처녀작 모바일 호러게임 ‘아라하’는 1년 4개월 정도의 개발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푸푸월드는 대폭 단축된 4개월 만에 출시까지 성공했다. 이 같은 기간 단축에 장르의 변화도 있지만, 유니티 엔진의 특화점 ‘에셋 스토어’가 일조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 유니티 엔진의 강점 '에셋 스토어'

유니티가 지원하는 에셋 스토어는 캐릭터 모델링, 배경 소품, 그래픽 도구, 게임 제작 도구, 사운드 등 게임 제작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개발자 간에 유, 무료로 제공하는 공간. 즉 개발 상점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구현해야 하는 요소를 구매해 그대로 붙이거나 변형해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조 대표는 “유니티 엔진은 아직까지 다른 엔진에 비해 인디 개발자에 대한 지원이 특히나 뛰어나다”며 “멀티플랫폼을 구현하는 엔진으로는 유니티가 최고이다. 다만 에셋 스토어가 느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특하고 유쾌한 게임 ‘푸푸월드’

이니록스는 지난 18일 구글플레이에 모바일게임 ‘상자 속 병아리: 푸푸월드(이하 푸푸월드)’를 정식 출시했다. 1000원(0.99 달러)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이 게임은 정해진 시간 내 병아리 ‘똥’을 제거하는 캐주얼 장르로 9종의 병아리 똥과 11종의 병아리가 등장한다.

독특한 소재를 가진 푸푸월드는 외계 비행접시가 놓고 간 사료를 먹은 병아리가 이상한 행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세계가 병아리들의 똥으로 넘쳐나는 것을 막는 것이 이용자들의 임무이다. 이용자들은 업적과 리더보드 등 다양한 소셜요소를 즐길 수 있으며, 푸푸월드에 등장하는 12종의 펫(닭)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뽑을 수 있다.


▲ 폭발하는 병아리 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진 푸푸월드

조 대표가 최초 기획한 ‘푸푸월드’는 가벼운 클리커 게임이었다. 그러다 개발 과정에서 단순히 출시하고 끝이 아닌 시리즈화를 목표로 두고 개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캐주얼 게임으로 선회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캐주얼하고 코믹한 게임의 설정에 맞게 게임 내 ‘이스터에그(숨겨둔 메시지)’를 남겨뒀다. 크레딧 화면에서 이니록스 회사로고를 연달아 클릭하면 발생하는 이스터에그는 구글플레이 업적 달성과 함께 병아리 똥 대신 특정인물(?)의 얼굴이 새겨진 ‘특별한 알’이 출현한다.

조 대표는 전작인 ‘아라하’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푸푸월드’를 출시한 것에 대해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며 “전작인 ‘아라하’가 호러 취향의 매니악한 게임이라면, ‘푸푸월드’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게임이다”고 말했다.

개발팀 꾸려 개발사 명맥 이어나갈 것

혼자 독학으로 개발해 2종의 게임을 출시하는 등 천재성이 엿보이는 조 대표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는 “개발자로서 내가 기획한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마치 조물주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 때문에 자기 의식과 애착이 남달리 강해진다”고 인디 개발자로서의 삶을 간단히 설명했다. 하지만 “가끔씩 그런 부분 때문에 자기 당착에 빠지는 인디 개발자들도 발생한다”며 “그때는 자신과의 타협이 필요하고 꼼꼼한 단계식 스케쥴 관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부작용에 대한 극복 방법을 귀뜸했다.

지금은 비록 1인 개발사이지만 조 대표는 향후 꿈은 팀을 꾸려 멀티 플랫폼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가끔 다른 개발팀을 보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부러울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현재는 혼자 유지하는 정도 수준이지만 계속해서 신작을 출시하고, 자금이 원활해지면 팀을 꾸려서 보다 나은 게임을 개발하는게 목표"라며 "목포나 광주에 게임 개발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서울로 상경해서 개발팀을 세팅하고 싶다(웃음)"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플레이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